상단영역

본문영역

[특집] ‘예술 드라이빙’의 최고봉 ‘D1 그랑프리’

[특집] ‘예술 드라이빙’의 최고봉 ‘D1 그랑프리’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12.02.28 04:36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과 차가 만들어낸 최고의 퍼포먼스…고난이도의 드리프트 테크닉

1960년대 중반 일본의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재미난 형태의 모터스포츠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좁고 굽이진 언덕길이 많은 지역적 특색을 잘 살려 누가 더빨리 더기술적으로 힐클라임 코스를 빠져 나오는가를 겨루는 것. 이것이 발전한 형태가 바로 오늘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경기가 바로 드리프트다. 드라이버들의 머신 조절능력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며, 자동차가 만들어내는 동선을 평가요소로 삼는 조금 더 율동적이고 예술적인 모터스포츠다.

모터스포츠에 전혀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도 드라이버와 자동차가 한 몸으로 화려한 퍼포먼
스를 펼치는 드리프트 쇼에 함성을 지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모터스포츠에 관심이 있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슬그머니 따라해 보고 싶어지는 것이 바로 이 드리프트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제로 드리프트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적다. ‘패스트 앤퓨어리어스’, ‘이니셜D’등의 영화나 만화를 통하는 것이 전부일 정도다. 하지만 이웃 나라인 일본은 드리프트의 종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드리프트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하다. D1 그랑프리는 최고 중의 최고만을 가린다는 양산차 베이스의 드리프트 대회로 일본에서 시작해 현재 북미 지역과 유럽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인기 만점의 모터스포츠이벤트다.

드리프팅은 고난위도의 모터스포츠로 드라이버는 높은 속도를 유지한 채(시속145~ 200km)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타이어를 미끄러트리며 정해진 코스를 빠져나와야 한다. 빙판 위에서 펼쳐지는 랠리 레이스와도 흡사하나 아스팔트 위에서 펼쳐진다는 점과 무조건 빨리 코스를 통과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속도와 더불어 드리프트의 각도, 완성된 동작, 스타일 등이 중요한 평가요소라는 점이 다르다. 드리프트 머신으로는 대부분 작은 사이즈에 후륜구동스포츠카를 사용한다. 그 이유는 자동차가 액셀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타이어의 정지마찰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파워를 뒷바퀴에 보내 타이어가 미끄러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드리프트는 코너를 돌 때 행하며 풀파워, 브레이크 조절, 핸들의 정확한 역회전을 통해 만들어진다. 매우 어려운 드라이빙 방법으로 고도의 기술과 조절이 까다로운 부분까지도 컨트롤 할 수 있는 테크닉이 있어야만 한다. D1 그랑프리는 어떤 드라이버가 가장 빠르고 멋진 드리프트를 선보이느냐를 겨루는 모터스포츠 이벤트다. 랠리나 F1 등 다른 모터스포츠와 같이 라운드별로 우승 점수에 따라 순위를 매기지만 다른 모터스포츠와는 달리 순수하게 드라이버의 머신 컨트롤 기술이 승부의 중요요소가 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누가 더 빠르냐가 아니라 누가 더 예술적이냐를 따지는 것.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것이 이 대회의 또다른 특징 일 것이다. 드리프트가 시작된 지역을 정확히 짚어낼 수는 없지만 드리프트는 1960년대 중반 가파르게 경사진 언덕이 많은 일본 나가노 일대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개최되고 있는 여러 레이스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드리프트 레이스도 길거리에서 불법으로 행해지던 것이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했다. 토게(산길)는 특히 두 지점을 정해 그 사이를 무조건 최대한 빨리 통과하는 레이스를 즐기던 롤링족들에게 좋은 연습 장소였다. 롤링족들은 레이스의 시간을 0.01초라도 줄이기 위해 차츰 랠리드라이버들의 테크닉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기술들은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코너 구간에서 유용했다. 그들의 기술은 랠리레이서에 필적하게 되었고, 속도를 줄임과 동시에 근사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펼쳐 보일 수 있게 됐다. ‘토게’로부터 드리프트의 싹을 피운 몇몇 롤링족들이 갈고 닦은 실력을 가지고 도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도심 지역의 레이서들은 드리프트에 자신들의 현란한 드라이빙 스타일과 멋진 자동차를 더해 한층 더 화려한 솜씨를 뽐냈고, 이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드리프트의 인기가 올라가도 그들의 레이스에는 늘 불법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고, 몰래 배틀을 벌이는데 지나지 않았다. 드리프트의 인기가 점점 더 거세짐에 따라 드리프트는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역 트랙에서 소규모로 친선 레이스를 벌이기 시작했고, 자동차와 드라이빙 기술이 세련되질수록 재미로 시작했던 레이스는 치열해졌다. 단순한 친선 경기로는 부족함을 느끼던 찰나 마침내 ‘비디오-옵션’에서 일본의 주요도시를 돌며 공식적인 드리프트 레이스를 주최하기 시작했다. ‘드라이버 찾기’라는 이름의 이벤트는 각 지역의 드라이버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선보이고 서로 경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벤트는 점점 더인기를 끌었고 이에 제조사들은 활발히 드리프트용 개조 부품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D1 그랑프리는 퍼포먼스적인 측면이 강해 잘 모르는 이들이 봐도 충분히 스릴 있는 볼거리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수퍼 GT시리즈는 레이스 중 한 이벤트로 D1 전시 레이스를 넣어 관객들에게 흥을 돋우기도 한다. 또 머신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드라이버의 실력이 최우선한다는 점과 좁은 지역에서도 가능하다는 점 등 레이서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옵션’.‘ 도쿄 오토 살롱’의 창립자 다이지로 이나다는 ‘드라이버 찾기’이벤트가 드리프트 드라이버들과 팬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었다는데 동의했지만 좀 더 고난위도의 프로 레이스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드리프트가 충분히 국제화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모터스포츠라고 자신한 그는 오랜 친구이자프로 투어링카 드라이버 케이치 츠치야와 함께 2001년처음으로 D1 그랑프리를 개최한다. D1 GP는 현재 일본 내에서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나다의 목표대로 드리프트 최고 레벨의 대회로 정평이 나있다.‘ 드라이버 찾기’로 시작한 드리프트 레이스 이벤트가 D1 그랑프리로 발전했고, 일본에서 그치지 않고 북미 지역까지 확산됐다. 2005년에는 유럽지역과 한국에서도 D1 이벤트가 개최된 바 있다. 2001년 50여명의 참가자와 3~4천여 명의 관객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100개가 넘는 팀과 2003년 이후부터 꾸준히 2만 여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이에 따라 일본 내 드리프트 용품점들도 급속도로 늘어났고 튜닝산업이 급부상하게 되었다.

D1 그랑프리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D1 라이선스’가 있어야 한다. D1 라이선스는 일본내 드라이버들의 경우 4개의 주요 드리프트 대회(Advan Drift Meeting, A'PEX Cup, ORC Drift Championship, BN Sports D1 Drift Championship) 참가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일본외 지역의 드라이버들은‘ 드라이버 찾기’ 이벤트에 참가하는 방법이 있다. D1 라이선스가 있으면 D1 그랑프리 퀄리파잉 세션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며, 공개이벤트에 초대되기도 한다. 퀄리파잉에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은 100명으로 제한을 두고 있으며 그 중 상위 22명을 뽑아 결승 참가자격을 준다. 드라이버들이 각각 퍼포먼스를 선보이면 심사위원들은 앵글, 스피드, 동선 등을 고려하여 점수를 준다. 참가자들에게는 2~3번의 도전 기회가 주어지는데 자신이 받은 점수 중 가장 좋은 점수가 최종평가 점수가 된다. 최종적으로 결승에 참가하는 인원은 32명으로, 예선을 통과한 22명과 이전 경기에서 톱 10을 기록한 드라이버들을 합한 인원이다. 톱10 드라이버들은 퀄리파잉 세션을 거칠 필요가 없다. 이렇게 결승에 진출한 32명의 드라이버들은 예선전과 같은 방식으로 결승1라운드를 치르게 된다.

여기서 선발된 16명의 드라이버들만이 최종 라운드인 츠이소(두 드라이버가 배틀을 벌이는 형식)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체이스 라운드야 말로 D1 그랑프리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1위와 16위, 2위와 15위, 3위와 14위, 이런 방식으로 짝을 이루어 서바이벌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체이스 라운드는 두 대의 머신이 앞뒤로 줄을 맞춰 출발하여 배틀을 벌이며 코스를 돌아 나오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앞선 차는 뒤쫓아 오는 차와 간격을 벌려야 이길 수 있고, 뒤에 쫓아오는 차는 반대로 앞차와의 간격을 좁혀 인코스를 잡으면 이긴다. 드리프트의 앵글이나 스피드는 여전히 중요한 평가 요소지만 동선의 경우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스핀, 언더 스티어, 충돌을 일으킬 경우 자동실격 된다. 1위를 한 드라이버에게는 20점이 주어지고 2등부터는 점수가 2점식 줄어들어 10등은 2점을 받게 된다. 11등부터 16등까지는 모두 1점씩이다. 단, 점수는 체이스 배틀에 참가한 드라이버만 해당된다. 1,2위는 배틀을 통해 최종 결정되며 3~16위는 평가 점수에 따라 나뉜다. 연중 공개 이벤트를 제외한 7개의 본라운드가 펼쳐지며 마지막에 점수를 더해 챔피언을 정한다. 결승 1라운드를 통과한 16명의 D1 라이선스는 자동적으로 내년까지 이어지지만 나머지 드라이버들은 같은 방법으로 다시 라이선스를 따야한다.

D1 그랑프리는 퍼포먼스적인 측면이 강해 잘 모르는 이들이 봐도 충분히 스릴 있는 볼거리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수퍼 GT 시리즈는 레이스중 한 이벤트로 D1 전시 레이스를 넣어 관객들에게 흥을돋우기도 한다. 또 머신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드라이버의 실력이 최우선한다는 점과 좁은 지역에서도 가능하다는 점 등 레이서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D1 드라이버들의 퍼포먼스 쇼 관람과 체험주행도 가능하다. 이를 계기로 드리프트는 물론 다양한 모터스포츠 문화가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한국DDGT 라운드에서 드리프트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는 등 폭넓은 마니아를 형성해가고 있다.

/글 사진=카라(KARA) 오토스포츠 2008년 2월호

저작권자 © 지피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