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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분신·‘원’의 화신의 잔상 에너지로 사유한 잠재의식 "본질을 사유하게 만드는 이미지에서 온 추상"

‘색’의 분신·‘원’의 화신의 잔상 에너지로 사유한 잠재의식 "본질을 사유하게 만드는 이미지에서 온 추상"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23.03.24 17:30
  • 수정 2023.03.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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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순희 화가
성순희 화가

예술에도 언어의 일방통행인 집단독백개념이 있다.

감상자가 자유연상으로 파생시키려는 작가의 의도와 다른 경로로 작품을 해석할 때다. 그래서 ‘추상’이라는 다중언어 통역기로 색의 기하학을 해석하는 종합 추상예술가, 철학과 자연과학, 음악을 넘나드는 메시지의 미술을 선보이는 성순희 화가가 예술융합세미나 <예술융합의 접근과 방향>에 이어, <예술문화의 절제된 미학에 대한 연구>를 통해 펼쳐 보인 추상의 개념정립이 흥미롭다.

성 화가는 ‘감정의 언어’로 규정한 색채의 배치와 몬드리안, 그리고 칸딘스키의 추상을 우리 자연과 일상에서 유래된 패턴으로 친숙하게 해석하며, 자연의 섭리를 시각화해 우연성과 잠재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다.

즉흥성과 우연성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표현기법인 ‘오토마티즘’은 여백과 심상을 높이 사는 동양 시서화의 정서와 어느 정도 교집합이 있다. 매너리즘과 얼터 에고의 제약을 넘어 무념무상의 본성에 다다르고자 마음을 비워도 자연의 피조물인 인간은 결국 삼라만상의 이치와 종속 구분에 묶여 있는 법이다.

그래서 이 경우의 수 안에서 자연을 그대로 모사하기보다는 간결한 색채대비 구성이라는 추상화에 다다른 작가들은, 감정의 언어인 색채, 심장이 터지도록 흐르는 색채를 고루 분출케 하면서도 색과 면으로 기하학적 규칙을 만들어 공간 안에 가두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음양오행, 일월오봉도, 풍물놀이의 가락과 음률, 자연에서 파생된 희망의 요소를 ‘희’라는 카타르시스적 테마로 분출시킨 성순희 화가도 점, 선, 면, 색의 조형을 율동적으로 확장시켜 자연을 닮은 에너지를 담는 추상 작가다.

그는 “추상 중에서도 색과 면이 만나는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 비율을 이용해 선으로 나눈 색채의 기하학 구성이자 현대 디자인에 큰 영감을 준 ‘차가운 추상’, 그리고 관조자의 마음을 이끌며 깊은 내용을 담는 칸딘스키의 화려한 ‘색채 추상’에도 관심이 많다”며, 가로세로 세필의 선으로 만든 패턴으로 동양의 창호, 농악/풍물놀이의 색과 에너지를 더해 평면을 입체적 공간으로 보이게끔 하는 추상을 이루어냈다.

그 밖에도 성 화가의 오토마티즘은 지난해 <The Golden Circle>에서 볼 수 있듯, 도심풍경 속의 미니멀리즘과 직관적 감정표현으로써 현실을 추상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의 에고는 극대화된 파편을 부드러운 색감과 보색 대비시켜 시각적 에너지를 담고 있으며, 화면을 타고 흐르는 오토마티즘의 선과 곡선효과는 우연성으로 잠재된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주며 인간 감성집단의 독백을 ‘자연’이라는 이데아로 그러모은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의 일부가 되기에, 필연적으로 자연에서 얻은 감동을 예술의 근원으로 삼는다”는 성 화가도 자연법칙에 순응해 자연의 섭리 안에서 미를 발견하고, 추상미술의 개념과 경향을 ‘예술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자연의 형상화’라 설명한다. 이 형상화된 오브제인 선/곡선, 원 형태의 교합은 사람마다 다른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형태로 암시된다.

그래서 성 화가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감정의 오브제, 에너지의 형상과 주기를 <The Golden Circle>의 원을 통해 4단계로 보여준다. <에너지의 원천>은 역시 ‘원’이다. 검은 배경과 금빛 선으로 휘감긴 원은 점의 확장이자, 그의 색채 테마인 배경과의 대비구성을 통해 선을 원근 느낌으로 중첩해 근원의 의미를 강조한다.

이 우주적이고도 한국적인 도입은 곧바로 <에너지의 순환>이라는 액션으로 이어지고, 베를 짠 듯 교차된 짙은 배경 속에서 원색에서 파생된 색들이 ‘곡선’으로 중첩되고 ‘소실’되어 2차원 공간의 3차원적 착시를 가미했다. 시작과 끝이 가려져 있는 것은 순환, 영원히 멈추지 않는 회전과 원의 본성이다. 그리고 원천이라는 모티브로부터 나온 다른 표현, <에너지의 본성>은 원형 타악기를 닮은 금빛 선의 방사형 궤적으로 화면을 압도하는 원의 에너지를 형상화했다.

또 동서양 음악으로 청각의 시각화를 표현했던 그는 <에너지의 음율>을 정의하며, 시각에 따라 다른 입체 공간 사이의 새로운 공간이자 사물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간결한 리듬감으로 표현했다.

성 화가의 표현에 따르면 “형이하학적 접근 뿐 아니라,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독창적인 조형표현으로 구성한 것”인데, 빛과 그림자를 ‘존재하는(오브제)’과 ‘존재하지 않는(에너지)’을 통해 나타낸 이 독창적이고도 3D적인 여백의 미는 “추상화를 한 가지 흐름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전제를 지키면서도 오토마티즘을 한국적 정서에 잘 부합하도록 번역해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색’의 분신들과 ‘원’의 화신들이 역동성으로 사유의 본질을 보여주는 성 화가의 추상은, 우연성에서 파생된 각양각색의 에너지를 자연에 대한 공통 정서로 유도하는 작가적 성취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피코리아 박한용 기자 qkrgks77@gp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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