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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20만 대 시대의 역설…'잔인한 과도기' 넘어야 미래 있다

전기차 20만 대 시대의 역설…'잔인한 과도기' 넘어야 미래 있다

  • 기자명 김기홍
  • 입력 2025.11.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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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급 10년의 과도기가 흐르고 있지만 시장은 편안함보다 잔인한 인명사고의 공포에 떨고 있다. 친환경이라는 명분 아래 양적 성장을 이뤘음에도 소비자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크고 빠른 성능 경쟁 속에 정작 중요한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난 탓이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가 20만650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기록했던 종전 최고치 16만4486대를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차종별로는 전기승용 17만2309대, 전기화물 2만5723대 등이 보급되며 외형적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의 본래 취지인 친환경성은 잇따른 끔찍한 사고들로 인해 빛이 바래고 있다. 후대에 깨끗한 지구를 돌려주기 위해 시작됐지만 오히려 인명 피해가 늘어나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더 큰 배터리가 더 큰 화재를 부르고 더 빠른 차가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을 되새겨야 할 때다.

실제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기차 자차담보 사고 건수는 총 6만2266건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1만대당 사고 건수는 1096건에 달해 비전기차의 880건보다 약 1.25배 많았다. 소방청 통계에서도 전기차 화재는 2018년 3건에서 지난해 72건으로 24배나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의 공포가 배터리 내부의 '열폭주'와 '덴드라이트' 현상에서 기인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박수진 포스텍 교수팀이 '자동주차형 리튬 전극'을 개발하는 등 해법을 찾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기술적 난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보급 속도만 높이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정부가 오는 2029년 이후 제작 신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 장치는 주행 중이 아니라 정지 상태에서 전방 장애물이 있을 때만 작동하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노인들이 주차된 차량을 빼다가 페달을 잘못 밟는 경우엔 유용하지만 주행 중 급가속 사고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또 ICCU(통합충전제어장치)나 BMS(배터리관리시스템) 오류 등으로 소비자들이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전자제어와 충전 시스템이 불완전한데도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토부나 환경부가 이를 알면서도 눈감아 주는 행태가 최근 전기차 10년의 어두운 그늘인 셈이다.

이런 불안감은 시장의 판도를 바꾸며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공포심이 커지면서 현대차그룹의 제네시스마저 하이브리드 모델 투입을 검토하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 소비자들이 전기차 시대로 가는 과도기적 대안으로 안전이 검증된 하이브리드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10년이 전기차 산업의 생존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지난 10년의 오류를 바로잡고 위험 요소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전기차는 점유율 하락세를 피할 수 없다.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안전이라는 기본을 다시 세워야 할 시점이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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